미인만 그런줄 알았는데 쉽게 주지 않는 것은 계절 또한 마찬가지.
봄이 왔다고 봄나팔 불었는데 다시 눈이 내렸다.
조금 나선다 싶으면 꼭 되짚어주는 일이 생긴다.
살아가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급한 성격인지라 늘 뉘우치고 다시 반복한다.
새해가 밝고 남들 금연 결심할 때, 이런 결심을 한다.
중간만 가자. 불끈.
지난 일요일, 불광동에서 일행을 만나 북한산을 올랐다.
불광동 네거리 1번 국도변에는 양천리 표지석이 놓여 있다.
의주까지 천리, 부산까지 천리, 양쪽의 중간이라 양천리다.
북으로도 남으로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도 허튼 세월을 견디는 저 돌이 부럽다.
발 달린 사람인지라 중간으로만 걷는게 쉽지 않다.
북한산 곳곳에서 만나는 정성이다.
울퉁불퉁한 주먹돌을 반듯하게 세우려면 급히 나서지 않는 균형 잡힌 마음이어야 한다.
그렇게 산에 다니면서도 저런 정성 한번 올린 적 없는 나로서는 많이 생각해 볼 일이다.
중간에 서려면 먼저 참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북한산에는 자연이 올려둔 정성돌도 많다.
비봉 남능선의 인디언 바위.
비봉 남능선 잉어슬랩 정상에 놓인 잉어바위.
비봉 아래 코뿔소 바위.
돌과 돌 사이에 길이 있다.
중간이 언제나 안전하고 언제나 옳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중간을 선호한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 정말 중간만 가야하나?
돌 위에 올라 길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