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조선일보사나 동아일보사 앞에서 광화문쪽을 바로보면 깔끔한 봉우리 하나가 보인다.
광화문 뒤로 경복궁이 있고 경복궁 뒤로 청와대가 있으며 청와대 뒤로 군더더기 없이 미끈하게 솟은 봉우리, 바로 북악산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드믈다.
그러나 북악산 어깨너머로 고개를 삐죽 내밀어 청와대를 기웃거리는 규봉 하나가 있는데
그걸 기억에 두고 있는 사람도 드믈다.
삐딱한 아래 사진에 북악산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규봉 하나, 북한산 보현봉이다.
지난 월요일, 보현봉엘 다녀왔다.
평창동과 구기동에서 보현봉에 이르는 능선을 사자능선이라 부른다.
능선은 꽤 험하다.
게다가 눈이 쌓여 미끄러웠다.
평창동 고급주택들이 빤히 보이는 뒷동산인데 발 길 머무는 곳은 심산유곡 오지가 부럽지 않다.
북한산의 최고봉은 북쪽 백운대지만 남쪽에선 보현봉이 제일 높다.
따라서 조망이 그만이다.
좌측으로 보이는 사모바위 아래 승가사가 오붓하다.
좀 더 오르면 문수봉 아래 문수사도 가깝다.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성이 매끈하다.
고갯마루에 대문도 하나 보인다.
북한산성 대남문이다.
오대산 상원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문수보살 3대 성지로 알려진 북한산 문수사.
건물들 사이 암벽에 박힌 듯 보이는 전각 안쪽은 꽤 깊은 석굴인데 부처를 그 곳에 모셨다.
문수암이란 현판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쓴 것이다.
이승만의 어머니가 이 곳에서 백일기도 후에 이승만을 낳았고 그 인연으로 현판을 썼다한다.
사자능선을 걸었으므로 주로 사진에 찍힌 것은 주변의 다른 능선들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자능선은 스스로도 매력적인 길이다.
규봉이라 부르기 아까웠다.
나라면 누군가의 규봉이 되기 싫을테니 말이다.
규봉 (窺峯) : 풍수지리에서, 숨어서 엿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