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3월의 의상

숲속편지 2011. 4. 2. 11:05

 

 

 

 

 

오늘 오전,   파주에 위치한 거래처를 다녀왔습니다.

이런저런 문제로 한바탕 하느라 진이 빠졌고 돌아오는 자유로의 하늘은 맑고 푸르렀고

사무실로 돌아가 꾸역꾸역 점심을 먹고싶지 않았습니다.

멀리 북한산이 보였는데 

별일 아니란 듯 어젯밤 내린 눈을 하얗게 이고 앉아 있었습니다.

핸들은 저절로 꺽였습니다.

트렁크에서 등산화 꺼내 신고  카메라 둘러 메고 백화사 입구에서 가사당 암문으로 올랐습니다.

 

 

 

 

 

산오리나무입니다.

오리님 생각이 나서 찍었습니다.

 

 

 

봄볕이 쏟아져 밤새 쌓인 눈을 녹입니다.

 

 

 

바람이 불면 때를 놓치지 않고 가지마다 파르르 떨어 덮힌 눈을 털어냅니다.

 철 없는 삼월의 눈을 맞으며 계곡을 올랐습니다.

 

 

 

 

생강나무 꽃눈에도 하얀 눈이 소복합니다.

눈이 오거나 말거나 바람이 불거나 말거나 봄과 남편은 때가 되면 오긴 온답니다.

 

 

 

 

누군가 숨어 장난치는 것처럼 이따금씩 부르르르르  떨어내는 눈발을 피하며 즐겁게 올랐습니다.

조금전 세상의 울화는 벌써 잊었습니다.

 

 

 

가사당 암문까지는 잠깐입니다.

양지 바른 성벽 아래 기대 서서 가져온 그냥 캔커피 하나 마셨습니다.

 

 

 

 

용출봉입니다.

 

 

 

 

뒤돌아 백운대와 노적봉을 봅니다.

노적봉 아래 노적사도 흰눈에 덮여 희미합니다.

 

 

 

 

의상봉으로 조금 오르다 용출봉을 돌아봅니다.

용이 승천하는 형세라고 용출봉입니다.

뒷편 용혈봉에서 용출봉까지 크게 휘감은 능선과 

용의 심장에 해당하는 용심혈에  자리잡았다는 국녕사 청동대불을 찬찬히 보니 정말 그래보입니다.

 

 

 

 

천년고찰 국녕사 청동대불은 가까이 보면 굉장히 커다란 좌불입니다.

부처님으로는 드믈게 북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더 드믈게 합장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국녕사의 부처님답습니다.

 

 

 

 

조금 더 올라, 예쁘게 솟은 용출봉을 다시 봅니다.

산은 뒤돌아보는 맛입니다.

 

 

 

 

원효와 염초와 백운대와 만경대와 노적봉이 위풍당당합니다.

눈 앞에 두면 언제라도 기운이 납니다.

그래서 옵니다.

 

 

 

 

 

다정히 입맞추는 쌍토끼 바위입니다.

아까는  무슨 일로 언짢았었는지 도대체 기억 나지 않습니다.

삼월의 눈 구경에  안먹어도 배부른 점심시간이었습니다.

내려다 본 참 야박한 아랫세상엔  벌써 내린 눈의 흔적 조차 없습니다.

 

 

 

 

2011. 3월.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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