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백두대간 46회차 고루포기산

숲속편지 2012. 7. 6. 10:47

 

 

 

 

어제는 마흔여섯번째  백두대간을 걷고 왔습니다.

닭목재에서 고루포기산까지 그리 길지 않은 숲길이었습니다.

 

 

 

 

산행은 언제나 예상을 깹니다.

가물어 메마른 도시에서 살다왔므로 젖은 숲은 상상 못했는데  숲은 촉촉했고 바람은 푸르렀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공기는 녹색이었습니다.

 

 

 

 

안개가 짙어졌습니다.

높은 곳이니 운무일 것입니다.

운무에 잠겨 적당히 가려진 숲은 아름다웠습니다.

흔한 표현으로 몽환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에머랄드빛 공기를 헤치며 둥둥 떠서 걸었습니다.

 

 

 

 

걷기 좋다고 해서 여름의 고루포기산을  명산이라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사람을 놀래키는 기암괴석도,  마루금 굽이치는 전망도,  입이 떡 벌어지는 폭포수도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였는데,

산을 보는 시선에 따라 실망을 줄 수도 있으니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렇지만 백두대간이니까 따로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백두대간을 걷는 일은 곳곳의 명산을 찾아가는 산행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백두대간은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길게 이어진 한줄기 마루금이므로 

이어서 걷는 일이 중요한데

사람들로 붐비는 명산도 거치지만 대개 이름도 모르는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를 오르고 또 내리므로   

무슨 산을 다녀왔노라  어디가서 자랑도 못하고 재미 대가리 하나 없이

그저 묵묵히 걸어야 합니다.

그러나 걷고 걷다가 어느날 뒤돌아보면, 

지난 시간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저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그게 백두대간입니다.

그건 마치,

매일이  고통스러웠으나 이제는 그리운 우리들의 젊은 날과 같습니다.

 

 

 

 

 

백두대간의 한구간을 떼어놓고 보면 벽돌 한장과 같습니다.

벽돌 한장이 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장 한장 더하여 소중한 집을 짓습니다.

벽돌을 허공에 놓을 수는 없으니 누구라도 바닥부터 차곡차곡 올려야 하는 걸 아니까 더 소중합니다.

아팠던 기억도 쌓이면 그립습니다.

마음 돌아갈 집은 추억으로 짓습니다.

 

 

 

 

누구나 아름다운 시절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던 청춘의 한 때를 떠올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 눈에는,

자기 의지로 나름의 목표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걷는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걷는 지금이 좋습니다.

 

모두 아름답고 모두 감사하지만 특히 감사한 몇분의 이름을 적겠습니다.

일일대장 아랑양과 총무 맡아준 하늬바람양, 자랑스럽습니다 

후미 맡아준 봉다리님, 늘 감사합니다.

 

누구보다 감사한 두분은 울목님과 파트라슈님입니다.

더는 아프지 말아주세요.

 

 

 

 

함게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산 한번 간다고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조금 더 행복해지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행복해지다 보면 우리 인생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음 구간에서 뵙겠습니다.

 

 

 <2012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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