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오대산 하모니
숲속편지
2010. 2. 25. 10:24
오대산을 다녀왔다.
월정사 앞길을 돌아 하늘로 솟은 전나무길을 따라 상원사를 지났다.
비로봉에 올라 백두대간 마루금을 본다.
그냥 산이다.
산에 올라 멀리 보는 법을 배웠다.
무심하면 먼 곳이 잘 보인다.
푹신한 눈 길은 맘 놓고 넘어져도 좋다.
겨울산의 즐거움이다.
살이 붉어 붉을 주짜 주목.
높은 산에서는 세월을 견뎌낸 흔적이 흔하다.
마음 넉넉한 이를 만났을 때 저절로 느껴지는 포스와 비슷하다.
사십대의 아저씨만 가슴이 뻥 뚫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보다.
천진하게 오늘을 웃는 저들 또한 상처 하나씩 왜 없을까만
눈 속에 묻혀 하루쯤 잊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데
여기 조차 못오는 사람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넘어지면 어때, 일어나면 되지, 또 넘어지면 또 일어나면 되고.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멋진 일이다.
단지 나이가 같다고 다 친구는 아니다.
그러나 취미가 같아서
재미와 감동을 자주 함께 나눈다면 나이가 달라도 친구라 부를만 하다.
설국, 오대산에서 겨울 어느 하루를 아주 잘살았다.